약간은 후회되는 온라인 예약이었습니다. 롤렉스 매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말이죠. 요즘 본업이 너무 바빠서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지난달 말일에 지금쯤 한가할 줄 알고, 평일 오후 3시로 예약을 했다가 부득이하게 일을 멈추고 백화점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사실 현대 본점의 롤렉스 매장은 프로페셔널 모델이 구매제한이 걸려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차피 가도 제가 갖고 싶은 시계는 구매할 수 없습니다. 취소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어렵게 예약을 했는데 한 번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결론은 의외의 ‘성과’가 있었네요.
예약 시간 30분을 앞두고 백화점에 도착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튜더 매장에 놀러 갔습니다. 매니저님과 부매니저님이 모두 계셨고, 그저께 F1 그랑프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올해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예측 등 생각을 나눴습니다. 현대 본점의 다른 시계 매장은 잘 가게 되지 않지만, 튜더 매장은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자주 가게 되는데요. 원래 롤렉스 매장 가기 전에 항상 튜더 매장에 들려서 '워밍업'을 해주는 게 습관이라, 자연스럽게 튜더 매장으로 발걸음이 옮겨집니다. 그리고 롤렉스 매장에 가서 튜더 다녀온 이야기부터 시작하니, 할 이야기가 없는 애매한 분위기는 피할 수 있습니다.
튜더 매장에 가면 30분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더. 입장 시간이 되어 롤렉스 매장에 갔습니다. 문 앞에서 직원분이 정말 오랜만에 오시는 거 아니냐면서 반겨주는데.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옆에 있는 튜더 매장에는 자주 가는데, 롤렉스는 잘 안거게 되네요. 어쨌든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처음 뵌 직원분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앉아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롤렉스 매장의 상담은 그저 편하게 시계 이야기를 나누고, 그동안 즐기고 있는 시계 생활을 공유하면서, 앞으로 구매하고 싶은 롤렉스 시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다음에 어떤 시계를 구매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매장에 마침 신형 데이토나 검판과 흰판이 시착용으로 준비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손목에 얹어보았습니다. 아! 신형은 역시 신형이네요.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 구형이 훨씬 예쁜 줄 알았는데, 신형은 테두리에 링이 있는 게 시각적으로 단단하게 느껴졌고, 무게감도 있어서 멋졌습니다. 흰판과 검판 둘 다 시착해보고, 앞으로 데이토나 스틸 흰판을 구매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직원분도 흰판이 저의 손목에 더 어울린다고 하네요.
이렇게 기대도 없이, 약간은 업무중에 롤렉스 방문한 게 잘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갖고 롤렉스 매장에 방문했지만, 데이토나 신형을 시착해본 후 앞으로 구매하고 싶은 시계가 생겨서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록 데이토나 스틸 흰판은 롤렉스 중에서 구매하기 제일 어려운 시계 중 하나입니다만, 시계는 무조건 갖고 싶은 것을 매장에서 사는 게 최고의 재미인지라 2년, 3년 동안 열심히 살면서 매장에 다녀야겠습니다. 지금은 구매제한 때문에 현대 본점 롤렉스에는 갈 필요가 없게 되었고요, 그동안 튜더 매장을 열심히 다니면서 추억을 쌓을 생각입니다.